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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지연구소 '낙뢰방지' 지하실연구 10년…최고기술 인정 - 신문기사

 

'낙뢰방지' 지하실연구 10년…최고기술 인정

한국서지연구소, 세계 최고기술로 해외진출 본격화
김선호 대표 "중기지원 자금보다 마케팅 정책 공략"

길애경 기자 2012.07.23
kilpaper@hellodd.com

"KT에서 근무했는데 여름철만 되면 낙뢰로 망가지는 통신시설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서지보호기에 관심을 갖게됐죠. 집안 지하실 한쪽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서지보호 최고 기술로 인정받고 있고요."

여름철 장마와 함께 동반되는 낙뢰. 사람이나 사물에 직접 낙뢰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중에서 흩어진다. 그러나 김선호 한국서지연구소(대전 대덕구 송촌동 소재) 대표는 흩어지는 낙뢰도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낙뢰시 발생되는 서지는 직격뢰가 아니더라도 전자기기나 통신시설에 유도돼 기기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서지(surge)란 여름 장마철에 빈번히 발생하는 번개 등으로 발생하는 순간 전류로 6000V이상의 높은 전압을 말한다. 전자기기나 통신기기가 이렇게 높은 전압에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망가지게된다. 이를 막기 위해 서지보호기를 설치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던게 사실. 그렇게 매년 낙뢰 피해가 반복됐다. 습관처럼 손상된 장비를 교체했다.

기회는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KT 장거리 전송분야에서 근무했던 김선호 대표는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서지피해로부터 통신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기를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집 지하실 한쪽에 장비를 들여놓고 연구실을 마련했다.

◆지하실서 연구 시작해 10년만에 지상으로
"1997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어요. 직장에 다니고 있었으니 밤에만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금요? 있는 돈 몽땅 털어서 시작했죠."

이렇게 김선호 대표의 서지 기술 연구가 시작됐다. 장비는 월급을 쪼개서 구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지금 연구실에는 장비가 유난히 많다. 김 대표는 하나하나에 추억이 깃들여 있다며 장비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낮에는 근무하고 밤 시간을 이용해 연구했다. 지하실 연구는 상용화에 성공하기까지 꼭 10년동안 계속됐다.

김 대표는 "원리개발은 진작 했는데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면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새로운 소자에 대한 윤곽을 잡고서야 사업을 본격화 했다"며 그간의 과정을 풀어냈다.

그는 2004년 직장이던 KT를 그만두고 2005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내와 둘이 시제품을 만들었으나 마케팅은 방법이 없었다. 고민 끝에 서지 피해를 입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 곳은 어디라도 달려가 설치해줬다.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이후 서지피해를 입지 않자 그의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 뿌려놓은 씨앗이 쑥쑥 자랐고 열매를 맺어갔다.

사업초기부터 매출이 급성장했다. 설립 초기 9800만원이던 실적은 매년 3배씩 뛰기 시작했다. 그는 수입금액 대부분을 기술 개발에 재투자했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2007년 지하실에서 1층으로 연구실을 옮겼다. 그리고 2009년에는 지금의 사옥을 구입해 이전했다. 같은해 미국 기업과 1250만 달러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

김 대표는 "기술 개발과 시장의 요구가 절묘하게 맞았다"면서 "2000년 이후부터 전국에 초고속 통신망이 깔리고 대중화되면서 서지 피해도 늘어났다. 또 전자통신 기술이 급속도록 발전하면서 서지피해를 호소하는 기관과 기업도 증가했다"며 기업 성장 계기를 설명했다.
▲김선호 대표가 장비를 이용, 테스트를 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승승장구 속 어려움도, 제2의 도약위해 기지개
정부는 2008년부터 낙뢰피해도 국가재난관리계획에 포함시켰다. 한국서지연구소의 기술도 같은해에 정부가 지정하는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조달청의 우수중소기업제품에 선정됐고, 중소기업청의 판매지원정책혜택도 받게 됐다.

김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이 자금을 지원받기위해 주력하는데 우리는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판매지원정책 혜택만 골라서 공략했다. 그 전략이 잘 맞았다"면서 중소기업에게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의 거침없는 질주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김 대표는 "경쟁업체 중 우리보다 더 큰 기업이 있지도 않은 일을 트집잡아 법률적으로 압박을 가해왔다"면서 당시 어려웠던 상황이 떠올랐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다행히 길고 어려웠던 과정이 이어졌지만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고 있단다.

김 대표는 "이 문제로 쫓아다니느라 지난해 매출이 뚝 떨어졌고 심리적으로도 무척 고통스러웠다"면서 "다행이 떠났던 거래처들도 다시 주문을 해 오고 있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비온뒤의 땅이 굳어지듯, 그의 회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찬 비상을 준비 중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3월까지 한국서지연구소의 80여품목이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인증을 받았다. 한국의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김 대표는 "UL인증으로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1250만 달러에 대한 제품을 내년부터 향후 5년간 미국에 납품하게 된다"면서 "미국쪽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전문가가 직접 와서 8일간 테스트해보고 놀라워하며 매출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 일, 중, 호주, 캐나다, EU등 9개국으로부터 국제 특허도 받았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 하겠다"며 담담히 포부를 밝혔다.
▲한국서지연구소에는 오밀조밀 장비들이 무척 많다. 김선호 대표가 하나둘 마련한 손때묻은 장비들이다. ⓒ2012 HelloDD.com
▲한국서지연구소가 개발한 서지보호 제품들.  ⓒ2012 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