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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그리드’ 세계시장 선점 전략

‘스마트 그리드’ 세계시장 선점 전략

스마트 그리드가 각광받고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스마트한 ‘지능형 전력망’이라는 뜻으로,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말한다. 이는 전력산업 패러다임이 양에서 질로,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중앙 집중에서 지역 분산으로 변화함을 뜻하며, 에너지 공급에 있어 인터넷과 같은 쌍방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망은 전국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들을 수요자들에게 연결,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전기는 생산과 동시에 소비해야 하므로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한다. 한국의 전력 소비는 여름에, 그리고 오후 시간에 피크를 형성하며 그 편차가 크다. 발전 설비는 피크 소비량에 10% 정도의 예비율을 감안해 건설되므로 그 평균가동률은 70% 수준이다. 값싼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평상시 기저발전에 사용되지만, 피크 수요 때는 비싼 가스와 석유 발전소가 가동되므로 이 예비 발전 설비의 전력생산 비용은 기저발전 비용의 2.7배나 된다.

스마트 그리드는 수급 상황별 차등요금제로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므로 피크 수요를 담당하는 발전 설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전기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어 약 6%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해 연간 1조8000억원의 전기 요금을 절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 기후변화포럼(MEF)에서 한국이 스마트 그리드 기술 개발 선도국가로 선정된 것은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전략 추진이 이뤄낸 쾌거이며 IT 기술에 대한 우리 집념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가 구현되면 원자력·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된 청정 에너지가 분산 전원 시스템의 주축이 되고 전기자동차 보급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살리고 스마트 그리드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를 통합, 출발한 지식경제부가 에너지와 IT가 접목된 이 스마트 그리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성과를 이룬 만큼 그 추진은 탄력을 받을 것이지만, IT 강국인 우리의 유리한 여건을 활용해 그 실행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11월까지 예정대로 로드맵을 작성해 제시하고 정부 주도로 차질 없이 이를 실행해 이번 성과가 국제 표준 정립과 세계시장 선점의 실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둘째, 관련 시장을 예측하고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 그리드는 직접적으로 전력과 IT 분야가, 그리고 간접적으로 나머지 다른 사업 분야가 구현되는 인프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이 최소 3조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완료한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는데 우리가 로드맵대로 선도적으로 이를 구축한다면, 과거 최초로 상용화를 이룬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폰처럼 스마트미터 중심의 첨단 검침 인프라(AMI) 기기를 수출 제품으로 육성할 수 있고, 전력과 중전기는 물론 통신·가전·건설·자동차·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녹색성장, 스마트 그리드 리더십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은 정파적인 이해를 떠나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글로벌시장에서 우리의 지능형 전력망이 ‘선점 효과’를 계속 살리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광식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