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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 불이 번쩍" "컴퓨터 타는 냄새",,,한전 "이상전압 없었다"

" TV에 불이 번쩍" "컴퓨터 타는 냄새"
가전제품 일시에 먹통, 초량 일대 경악
주민들 낙뢰 피해 추정 "수리·교체비용 막대"
한전 "이상전압 없었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사는 이영자(64)씨는 지난 5일 밤 속상하게도 매주 챙겨보던 사극 '대조영'을 보지 못했다. 오전까지 멀쩡했던 TV가 외출했다 돌아오니 갑자기 '먹통'이 돼 있었기 때문.
 정육점을 운영하는 배종의(46)씨 집은 컴퓨터가 고장났다. AS 직원을 불렀더니, 낙뢰로 인한 과전류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직원은 수리비만 40만~50만원이 드는데 차라리 새로 장만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고쳐도 언제 또 말썽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이야기. 배씨는 "최근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슷한 피해를 본 집이 한둘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며 "150만원을 주고 산 컴퓨터가 고장났는데 보상 받을 데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낙뢰 피해로 초량1동 일대가 시끄럽다. 디지털 TV 수신기에서 순간 불이 번쩍했다는 집에서부터 컴퓨터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는 집까지 배씨가 사는 중복길에서만 10여 가구가 가전제품 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유선 전화기를 못쓰게 된 집, 보일러가 고장난 집도 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단말기가 고장났다.
 초량1동 주민 최근찬(80)씨는 "한창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텔레비전이 꺼졌으니까 오후 1시가 좀 넘어 일어난 일일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중복길과 인근 죽림2길을 포함해 초량1동 일대에서만 수십 가구가 낙뢰 피해를 입었고, 초량4동과 6동에서도 비슷한 피해를 본 집이 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동네 전자제품 할인마트에 새로 TV를 사러갔다가 '최근에 TV를 사 간 사람이 100명은 된다'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날 피해가 초량동 일대에 대규모로 일어난 것으로 보아 한전 측의 전력설비나 지역 케이블업체의 통신선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낙뢰로 인해 수만에서 수십만 볼트의 전압이 가해지면, 전력선을 통해 각 가정의 전자제품에 과전류가 전달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부산대 전자전기통신공학부 박주성 교수는 "대부분의 가정이나 공동주택에 퓨즈 등 자동 차단기가 있어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고 있지만, 한전이나 케이블업체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5일 오후에는 이상전압이 발생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만약 낙뢰가 전력설비를 바로 내리쳤다면 변압기가 터지거나 정전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케이블업체 측은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해 줄 수 없다"는 입장.
 주민들은 "천둥·번개 치는 날이라고 전자제품을 다 끌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번 기회에 원인을 찾아서 똑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7. 08.16.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