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혈봉 벼락 학습효과' 셌다
[중앙일보 2007-08-06 06:13:51] |
[중앙일보 박신홍] 경기도 용인시 아시아나 골프장은 4일 아예 골프장 문을 닫았다.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퍼붓고 간간이 벼락(낙뢰)도 치면서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골프장에서는 당초 154팀의 라운드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오전 8~9시 사이에 무려 119팀이 전화로 라운드를 취소했다. 전체 예약 건수의 77.3%나 되는 수치다. 골프장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웬만큼 비가 내려도 일단은 골프장에 와 어떻게든 라운드를 하려고 했을 텐데 지난주 벼락 사고에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골프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가는 한국 골퍼들이 벼락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산 용혈봉 벼락 사고 이후 벼락.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전영옥 소방방재청 정책홍보팀장은 "예년에는 아무리 조심하라고 당부해도 대부분의 시민이 무관심했는데 용혈봉 벼락 사고 이후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4일 전국적으로 7만여 회의 벼락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14만여 회)의 절반 수준이다. ◆"벼락 맞을라"=벼락 학습효과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전북 익산시 상떼힐 골프장에서도 5일 오전에만 예약팀 40여 팀 중 30여 팀이 라운드를 취소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보통 주말에는 비가 와도 경기를 취소하는 경우가 10팀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 골프장은 앞으로 벼락 사고 예방을 위해 번개가 치면 곧바로 사이렌을 울리고 골퍼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경북 경주시의 한 골프장에서는 3일 오후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자 골퍼 수십 명이 한꺼번에 라운드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바람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줄어든 등산=벼락 사고가 있던 지난달 29일 북한산사무소를 통해 북한산국립공원에 입장한 등산객은 모두 2만7000여 명. 하지만 4일에는 800여 명에 불과했다. 5일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계속 흐린 탓에 평소 휴일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환경안내원 최희원씨는 "공원 입구에서 '비가 쏟아지면 곧바로 하산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대부분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지만 이번 주말에는 탐방객 대부분이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도봉산도 평소 토요일 등반객이 2만 명가량 되지만 4일에는 600여 명에 그쳤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도 5일 낮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자 서둘러 입욕 금지조치를 내렸다. 해변에 세워 둔 파라솔도 일시 철거했다. 소방방재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4~5일 또 다른 벼락 피해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했다. 파주시는 벼락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관내 주요 산에 설치된 쇠 시설물들을 연말까지 밧줄과 나무 등 전기가 통하지 않는 시설물로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박신홍 기자.전국종합 jbjean@joongang.co.kr ▶박신홍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b415/ [감각있는 경제정보 조인스 구독신청 http://subscribe.joins.com]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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