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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로 사망확률 60만분의1 등산용 스틱이 되레 禍불러

낙뢰로 사망확률 60만분의1 등산용 스틱이 되레 禍불러
[헤럴드생생뉴스 2007-07-30 11:38:30]
등산객 참사로 본 낙뢰

골프장에서 아이언샷을 치던 골퍼가 낙뢰를 맞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산을 오르다 낙뢰로 변을 당한 사례를 극히 드물었는데 지난 29일 북한산과 수락산 등에선 동시다발적인 낙뢰로 인해 4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행 중 낙뢰를 맞을 확률은 얼마이고, 피해자가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30일 통계 전문가 등에 따르면 대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습도가 높으면 발생하는 낙뢰로 사망할 확률은 60만분의 1 정도다.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인 3만분의 1, 화재로 인해 사망할 확률인 40만분의 1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산과 수락산을 오르던 등산객 중 5명이 낙뢰를 맞아 숨을 거뒀다. 한 산악 전문가는 “우리나라 산에서 낙뢰 사고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게다가 호우주의보나 호우경보가 내려질 경우 입산 통제를 하기 때문에 벼락이 치는 등의 악천후 속에서 등반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애초 낙뢰가 바위를 때려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목격자 증언을 종합해보면 사고 당일 내린 비가 전도체 역할을 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보인다. 북한산 용혈봉 사고 현장을 다녀온 소방서 관계자는 “벼락이 바위나 나무를 때렸으면 금이 가거나 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며 “등반객이 들고 있던 스틱으로 벼락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벼락이 피해자에게 직접 내리치지는 않았지만 강한 전류가 비를 타고 스틱으로 옮아가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등산화의 쇠붙이나 스틱 휴대폰 등이 피뢰침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대피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사망자 외에 감전으로 인해 화상 등을 입은 등반객은 등산로에 심어 놓은 쇠말뚝과 쇠줄을 잡았다가 부상을 당한 경우여서 악천후 시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낙뢰는 지면을 향해 30m씩 계단형으로 내려와 주변에 높은 물체가 있으면 나무든 바위든 물체에 상관없이 떨어진다”며 “2만~3만 암페어나 되는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절연체냐, 비절연체냐에 상관없이 감전될 수 있고 벼락에서 방출된 2차 전류가 추가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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