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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 방호에는 한국서지연구소 PCI Protector TM

[취재파일] 軍 '北 EMP탄' 방어력..줄잇는 결함 의혹

"EMP 방호설비 결함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제기들SBS | 김태훈 기자 | 입력 2014.06.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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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자기파(EMP.Electro Magnetic Pulse)탄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군 주요 시설을 지키기 위한 방호설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 여 년 전 지은 EMP 방호설비는 감사원이 지적하고 국방부 스스로도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기존 결함을 그대로 안고 보수되고 있고, 새로 만든 EMP 방호설비는 국방부의 지침 자체가 부실해 성능 저하가 우려된다는 주장입니다.

EMP탄은 터지면 EMP가 주변 수km에서 수십km 반경의 모든 전기회로를 태워버려 상대편을 무력화시키는 가공할 무기입니다. 우리 국정원뿐 아니라 미국도 북한이 이미 EMP탄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은 EMP탄이 터졌을 때 EMP의 침입을 막는 방호설비를 최근 군 특급시설들에 의욕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전에 만들어뒀던 EMP 방호시설은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EMP 방호설비 신설과 유지보수 과정에서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이 EMP탄을 쏘면 우리 군의 특급 시설들은 고스란히 EMP의 피해를 받아 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 "계룡대 문서고가 위험하다"

육해공 3군의 지휘부가 있는 계룡대에는 일명 '문서고'라고 불리는 전쟁 지휘소 벙커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육해공 지휘관들이 전쟁을 지휘하는 장소입니다. 이 벙커에는 지난 1990년대에 EMP 방호설비를 설치했습니다. 20년 넘은 기술이고, 또 그 기술이 EMP 방호 기술인지도 확인이 안되고 있고, 설비는 설비대로 노후돼 방호 성능이 안나왔습니다. EMP탄이 터져도 EMP가 그대로 벙커로 침입한다는 뜻이고, 즉 벙커 안의 컴퓨터, 통신기기 등은 모두 먹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군은 2012년 말부터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데 취약한 지점엔 손을 안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계룡대 EMP탄 방호설비 보수공사가 EMP 차폐함체와 차폐 환기구는 그대로 두고 EMP 필터와 차폐문만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MP탄 방호설비의 개념은 해당 시설을 EMP 차폐함체로 꽁꽁 두르고 함체 안에는 EMP를 걸러내는 EMP 필터를 넣는 것입니다. 함체와 필터로 EMP를 이중으로 막는 구조입니다. 또 환기구와 공조, 각종 전선, 문 등 외부와 연결된 설비를 통해서도 EMP가 벙커 안으로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차폐설비를 갖춥니다. 그런데 계룡대 문서고 EMP 방호 보수공사는 EMP 필터와 차폐문만 교체하고 90년대 설치된 차폐함체와 차폐 환기구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낡고 오래된 차폐함체를 통해서도 EMP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벙커로 들어온 EMP는 우리 군에 치명적입니다. 완벽하게 막지 않으면 아예 안 막음만도 못합니다. 김재원 의원은 "2016년 공사가 끝나더라도 EMP 방호성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이렇게 일을 시킨 쪽은 LIG 넥스원이라고 김 의원은 밝혔습니다. 군이 LIG 넥스원에 EMP 방호설비 과업지시서를 작성해달라고 의뢰했는데 LIG 넥스원이 과업지시서에 차폐함체와 차폐환기구는 교체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겁니다. 사실 LIG 넥스원은 EMP 방호설비를 만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차폐함체와 환기구는 수십년 세월에도 삭지 않는 철옹성일까요. 뜯어내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삭고 닳는 속도는 필터와 차폐 문 능가할 것입니다. 계룡대 문서고 EMP 공사를 하고 있는 시공사에서조차 계룡대 문서고의 방호 성능이 나올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다른 벙커도 위험하다"

LIG 넥스원은 과업지시서 외에 표준설계기준도 작성했습니다. EMP 표준설계기준은 군 시설에 EMP 방호설비를 만드는데 있어, 말 그대로 기준입니다. 표준설계기준에도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18일자 국방부 시설본부의 심의의견 보고서를 보면 EMP 표준설계의 강판 용접 방식이 일반 건축물 용접방식이어서 용접 부위의 누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돼있습니다. 용접 부위는 부식되기 마련인데 부식 지점으로 EMP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식이 안생기는 특수 용접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표준설계기준은 무시했습니다. 2011년 3월, 감사원도 똑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군은 누가 뭐라 해도 어지간해서는 안 움직이고 있습니다.

군은 현재 맘 먹고 각종 특급시설에 EMP 방호설비를 만들고 있는데 그 공사의 기준도 바로 이 LIG 넥스원이 작성한 표준설계기준입니다. 또 2012년 완공된 합참 신청사의 지휘통제실 EMP 방호설비도 문제의 표준설계기준에 따라 지어졌습니다. 한번 뜯어보면 좋을텐데 방법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신청사가 2012년 8월 7일 준공됐고 무료로 하자를 보수해주는 기간이 2년이니까 오는 8월 7일까지는 시공사가 하자를 공짜로 보수해줍니다. 자기 집이라면 이 기간에 맞춰 분주하게 이곳 저곳 살펴보고 시공사에게 하자 보수 요청합니다. 그러나 군은 안그러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합참 신청사의 EMP 방호 성능 확인해 보고, 하자 있으면 8월 7일까지 고치라고 감사원과 국방부에 요청했습니다. 집 주인이 제 집 걱정 안하니까 이웃이 발 벗고 나선 모양새입니다.

군이 김 의원의 말 들어줄지 모르겠습니다. EMP탄의 위력이 무시무시하고 북한이 EMP탄을 갖고 있다는데도 우리의 방어책은 이렇게 허술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군 내외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팩트도 수두룩한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군 특급시설에 최고 방호설비를 짓는 일인데 군은 작은 의견도 귀하게 여기고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