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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국내 전기설비 안전규격 ''논란''

최근 국내 전기설비 안전규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전기안전 전문가들은 누전차단기나 콘센트 등의 국내 전기설비 규격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아 dl이를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전기로 인한 화재 비율이 높은 것은 적절한 안전규격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특히 인체보호용 누전차단기의 경우 현재 30mA이하에서 작동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선진국과 달리 AFCI(아크사고차단기)나 GFCI(일명 누전차단기)를 부착한 콘센트 사용이 이뤄지지 않아 전기화재나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안전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전기설비기술기준을 높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인체보호용 누전차단기 = 1969년 미국의 전기전문가인 달지엘(Dalziel)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체에 안전한 누전전류의 크기는 어린이(4.5mA), 여성(6.0mA), 남자(9.0mA)라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성인 여성의 경우 10mA, 성인 남성은 15mA 전류에 통전되면 강한 쇼크로 상당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


GFCI가 설치된 매입형 콘센트(위)와 아크사고차단기(아래)

선진국들은 이를 반영해 전기설비 규격을 설정했다. 미국의 경우 UL에서 누전차단기의 누전차단전류를 5~7mA로 규정했고, 일본도 15mA를 표준 규격으로 제정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 인체보호용 누전차단기의 전기설비기술기준은 30mA 이하(동작시간 0.03초 이하)로 규정한 가운데, 2004년 1월부터 인체가 물에 젖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장소에서는15mA급을 사용토록 했다. KS나 K안전인증에서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 차단기 제품 대부분은 20~25mA정도에서 차단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20mA의 누전전류가 발생할 경우 차단기는 작동하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내 안전인증규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형옥 산자부 기술표준원 전기사무관은 “국내 안전인증 규격의 경우 국제 IEC규격을 따르고 있다”며 “일반 누전차단기의 경우 30mA이하이지만 고감도 제품의 경우 5mA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특별히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박남옥 전기연구원 안전성평가실장도 “안전만 생각하면 감도전류를 낮출수록 좋지만, 차단기의 오동작 발생 우려도 있고 고감도 제품을 따로 규정해 놓고 있어 개정이 쉽지 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안전공학과)는 “감전 사고는 실제적으로 물기가 있는 곳에서 100mA이상의 전류가 갑자기 흘러 발생하기 때문에 누전차단기 작동기준을 30mA에서 조금 낮춘다고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의 동작시간인 0.03초를 반 이상 줄이는 게 더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GFCI 부착형 매입형 콘센트 = 매입형 콘센트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아직 누전과 관련된 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일부 장소에서 GFCI(누전차단기:Ground Fault Circuit Interupters)를 콘센트에 부착해 누전을 방지토록 하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GFCI는 부엌의 싱크 근처, 욕실 혹은 옥외에서 가전제품을 사용하시다 갑자기 합선이 되어 과전류가 발생하거나 몸에 물이 묻거나 금속제품에 닿아있는 상태에서 6mA 정도의 전류가 비정상적으로 흘러도 40분의 1초 만에 전기를 차단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다. 특히 욕실이나 싱크대 등 물기가 있는 곳에서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거나 하면 위험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설치 의무화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선 아직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김광덕 대한전기협회 위원은 “새로 지은 건물은 접지시설을 갖추도록 설계됐지만, 예전 건물의 경우는 접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제도를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도입할 필요는 있지만 GFCI를 하려면 접지공사를 새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가격이 비싼 GFCI 사용을 의무화 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FCI(아크사고차단기) = 미국 국립소방장협회(NASFM) 자료에 따르면 주택에서 발생하는 전기화재의 약 80%가 아크사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침실에 설치된 15A, 20A의 출구에 전원을 제공하는 모든 배선회로와 욕실 등에서 기존 누전차단기외에 AFCI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아크란 전기 배선 등 2개의 전극 사이에 존재하는 기체가 전압강하에 의해 전기적으로 방전돼 전류가 흐르는 것으로 이 때 주울열이 발생한다. 주울 열은 발화점 이상의 높은 열을 발생시켜 전기화재의 주요 원인이 된다.

국내 일반 차단기의 경우 과전류만 차단할 뿐 아직 아크를 검출하는 기능이 없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품개발과 적용이 현실적으로 미비한 상태여서 검토가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이 생산을 하고 있고, 대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연구 개발이 더 필요하다.

안상필 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제 전기설비기술기준 고시에 새로운 건축물에는 AFCI설치를 의무화하고, 전기용품 안전인증 규격과 KS규격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