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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정전 미스터리’ , ‘설비 업체 잘못’ 잠정 결론 해당업체는 부인

  • 삼성전자 ‘정전 미스터리’
  • ‘설비 업체 잘못’ 잠정 결론 해당업체는 부인… 소송검토
    “반도체 공장 유례없는 사고 명확한 원인규명 필수” 지적
  • 탁상훈 기자 if@chosun.com
    입력 : 2007.08.22 23:36
    • ‘삼성전자 정전사태의 진짜 원인은 뭘까?’

      삼성전자가 지난 3일 발생한 기흥 반도체 공장 정전(停電) 사태에 대해 각 반도체 라인에 전력을 보내주는 배전(配電) 설비 이상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이 설비의 ‘어떤 부분에서 무슨 이유로’ 이상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3주가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비 문제’로 잠정 결론

      삼성전자는 22일 “정전은 배전 설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배전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이곳에서 전원을 공급받는 여섯 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전사태에 빠졌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까지 설비 공급 업체와 함께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의 문제도 아니었고, 인력 등 공장관리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재(人災)가 아닌 우발적 사고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사건 발생 시점인 3주 전의 설명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설비의 어떤 부분이 무슨 원인으로 문제를 일으켰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해당 장비가 과연 오작동을 일으킬 만큼 오래 됐는지 등도 답변하길 꺼렸다. 삼성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마치 과거 자동차 급발진 사고 때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목 받은 설비업체도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최종 수긍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해당 업체가 결국 자사 제품의 문제점을 인정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계속 부인할 경우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은 어떻게

      재발을 막으려면 명확한 원인 규명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템피스투자자문 민후식 상무는 “24시간 가동되는 첨단 공장이 우연한 오류로 멈췄다는 건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며 “왜 삼성전자에 공급된 설비만 문제가 됐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한 임원 역시 “우리도 삼성전자 사태 이후 어떻게 하면 여러 개의 라인이 동시에 멈추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로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해명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원인 분석과는 별개로 일차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흥 반도체 공장에 배전 설비를 하나 더 갖추는 이중 모선(母線)화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각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전력선을 예비로 하나 더 마련해, 이번 같은 정전 사태를 피하자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관계자는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실적 부진과 정전 사태 등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