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EMP - 고 전자파 안전 매뉴얼 갖추자

한국서지연구소 2011. 2. 9. 20:43
[DT 광장] `고 전자파` 안전 매뉴얼 갖추자

정연춘 서경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지난해 7월 미 백악관에서는 미 전력산업이 고출력 전자파펄스(EMP:Electromagnetic Pulse)에 얼마나 취약한 지와 그 대비책을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최근 세계적으로 화두인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핵심인 컴퓨터 제어 회로, 센서 등이 고출력 전자파펄스에 매우 취약해, 전자파 테러에 쉽게 노출돼 미국 전체 전력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출력 전자파펄스는 전자장비를 물리적으로 파괴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하고 순간적인 전자기적 충격파를 말한다. 지상 40㎞ 이상 높은 곳에서 발생한 핵폭발에 의한 고고도 전자파펄스(HEMP)와, 지상에서 의도적으로 전자파 장해 현상을 일으키는 고출력 전자기파(HPEM) 등이 있다.

고고도 전자파펄스의 위력은 미국과 구 소련의 핵폭발 실험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1962년 태평양 존스톤섬 상공 400㎞에서 핵폭발 실험을 했는데, 그 영향으로 무려 1400㎞나 떨어진 하와이에서 가로등과 신호등이 꺼지고, 경보가 울렸으며, 통신장비 등이 오동작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원인이 핵폭발에 의한 강력한 전자파펄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독자적인 방호대책이 강구돼 왔다.

러시아에서도 거의 같은 시기에 카자흐스탄에서 이뤄진 핵폭발 실험 후 약 600㎞ 떨어진 곳의 지상과 지하 케이블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핵폭발 후 수초에서 수분 동안 발생하는 느린 전자파펄스에 전력선과 통신선이 노출돼 일어난 문제라는 게 결론이었다.

2003년 8월에는 미국과 캐나다 동부 연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고 때문에 뉴욕에서 수천 명이 지하철에 갇히고, 도로교통이 마비됐다. 이러한 정전사고는 이동통신망이나 경찰 무선망에 영향을 주지 않아 대응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가능했다.

그러나 고출력 전자파펄스는 전력망, 통신망 등 거의 모든 전자장비에 영향을 줘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지상 100㎞에서 핵폭발이 일어날 경우,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직경 1200㎞ 내의 전자장비는 50㎸/m 이상의 강력한 전자파펄스에 노출된다. 대개 전자장비가 10V/m 정도의 전자파에 견디도록 설계돼 출시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5000배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거의 모든 장비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미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파펄스에 의해 단 하루만 정전사태가 일어나도 약 7조~10조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전망이다.

이를 이용한 무기는 `전자폭탄(E-Bomb)'이 있다. 미국이 발칸지역 유고 전에 무선통신장비와 전자장비만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이 무기를 상공에서 투하했다고 알려졌고,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전자폭탄을 사용해 이라크 국영방송이 15~20분간 중단됐다고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이 장치가 과거에는 군사목적으로 개발됐지만 근래에는 보다 작은 크기로 큰 출력을 내는 소형 장치가 민간에서 개발되고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손가방 크기로 거리 1m에서 120㎸/m의 고출력 전자기파를 내는 장치가 독일에서 개발돼 전시회에 출품되고 있고, 러시아 등에서는 고출력 펄스발생기와 자동차 정지용 고출력 전자파펄스발생기를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출력 전자파펄스는 국가 안전시스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미국ㆍ러시아는 물론, 일본ㆍ독일ㆍ영국ㆍ스웨덴ㆍ노르웨이 등은 방호대책 관련 기술기준을 비롯해 다양한 대응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03년부터 하원에 전자파펄스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응조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부터라도 고출력 전자파펄스에 대한 방호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MP방호대책 => www.surge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