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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미국 버지니아주 챈틸리 스미스소니언우주항공박물관에서 최근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디스커버리호는 27년 동안 39차례 지구와 우주를 왕복 비행했다. /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특파원리포트 - 퇴역한 美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경제학
한번 발사때 12억弗씩 소요…재정난에 우주왕복선 포기
"경제적 이유로 우주개발 미루면 美로켓기술, 북한 수준 될 것"
방금 착륙한 듯한 녀석은 분명 항공기 외모를 지녔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단 전투기도, 승객을 실어나르는 여객기도 아니었다. 무게 85이 넘는 녀석은 중력을 뚫고 창공으로 솟아오르는 게 일이었다.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로봇팔로 위성을 설치하거나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했다.
녀석은 기체 재활용이 특기였다. 지구로 무사귀환하면 새 임무를 맡아 다시 출격했다. 지난 27년동안 복무하면서 지구와 우주공간을 39번 왕복했다. 복부에 붙인 2만개의 검은색 방열 조각판은 우주에서 지구로 진입할 때 초고온 공기 마찰열을 견뎌낸 갑옷 그대로였다. 흰색 동체는 그 때마다 그을린 시꺼먼 때를 훈장 삼아 간직하고 있었다.
녀석의 이름은 최근 고별 비행으로 주목받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지난 19일부터 미국 버지니아주 챈틸리에 있는 스미스소니언우주항공박물관에서 영구 전시되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의 꿈을 싣고 저궤도 우주를 드나들던 신개념 재활용 우주선이었다. 녀석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것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31년 만에 날개 접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는 지난 17일 보잉 747기 등에 업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을 향해 날아오는 장면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박물관 내 디스커버리의 새 집은 제임스 맥도널 격납고.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지팡이를 짚은 늙은 전투로봇(제트 파이어)으로 단숨에 변신하는 첩보기 SR-71(블랙버드)의 전시장과 이웃했다.
디스커버리호는 NASA가 운용해온 우주왕복선 3기 가운데 지난해 3월 가장 먼저 퇴역, 이번에 첫 전시됐다. 지난해 6월에 마지막 우주 임무를 마친 앤데버호는 올 하반기 중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센터로 옮겨져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퇴역한 아틀란티스호는 케네디우주센터에 그대로 남아 내년 초부터 일반인들에게 전시된다.
세 우주왕복선은 각기 다른 자세로 전시된다. 디스커버리는 막 케네디우주센터에 귀환해 착륙한 자세, 앤데버는 발사대에서 출격을 기다리며 곧추선 자세, 아틀란티스는 복부를 드러내고 우주로 비스듬히 치솟는 자세다.
NASA는 1981년 재활용 방식의 우주왕복선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31년간 컬럼비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호 순으로 5기를 출범시켜 총 135회 저궤도 우주를 왕복했다. 이 중 챌린저호는 1986년 11번째 비행에 나섰다가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하는 비운을 맞았다. 컬럼비아호는 2003년 지구로 귀환하다가 폭발했다.
디스커버리는 위성을 싣고가 우주공간에 띄우고,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 등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친숙해졌다. 첫 여성 승무원과 첫 러시아인 승무원을 태운 것도 디스커버리였다.
○미국인들 “장례식장에 온 것 같다”
디스커버리호 퇴역은 미국 정부가 주도한 저궤도 우주왕복선 프로젝트의 퇴장을 의미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중폭발 사고로 챌린저와 컬럼비아호를 잃었을 당시 만큼이나 아쉬워했다.
맥도널 격납고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디스커버리호의 역사와 활동을 소개하고 있는 데이비드 보그스 씨. 그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계기로 우주 진출과 개발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나도 은퇴했지만 디스커버리호 퇴역이 못내 아쉬워 6개월간 맹훈련을 거쳐 자원봉사로 홍보일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인 메건 고든 씨는 아들, 딸 5명의 손을 이끌고 디스커버리호 전시장을 찾았다. “보잉 747에 업힌 디스커버리호가 수도인 워싱턴DC 상공을 고별 비행하는 장면을 보니 슬펐다”는 그는 “장례식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 첫 유인 우주선의 달착륙 이후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는 ‘미국은 특별하다(American exceptionalism)’는 미국인들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 사업이 종료되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됐다. NASA는 러시아우주국에 비용을 지불하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올려보낸 뒤 데려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주인 1회 왕복비용을 5580만달러로 올렸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로스해머는 “디스커버리호가 더 이상 비행할 수 없다는 것보다 미국의 쇠퇴를 더 잘 대변하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자존심과 재정적자 현실 간 저울질
미국 정부가 당초 우주왕복선 개념을 도입한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NASA가 2009년, 2010년 미 의회에 신청한 우주왕복선사업 관련 예산 규모는 각각 29억달러와 31억달러였다. 우주왕복선을 한 번 쏘아올리는 데는 4억5000만달러가 투입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은 이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지적한다. 네이처지는 1982~2010년 사이 회당 평균 발사비용이 12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니 우주왕복선 부품가격이 상승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품 제조업체가 파산하는 바람에 주요 부품 공급이 중단되자 NASA가 인터넷 온라인거래 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겨우 부품을 구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미 정부의 재정적자 부담은 우주왕복선 사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NASA는 지난해 회계연도에 책정한 5억달러의 두 배인 10억달러를 올해 회계연도부터 우주기술 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크로스해머는 “정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때까지 우주 개발을 연기한다면 미국의 로켓기술은 (최근 실패한) 북한의 로켓기술 수준으로 낙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재정적자는 미국이 늘 안고 왔던 문제였다”며 “뉴프런티어인 우주사업에서 후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고든 씨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처럼 우주개발의 꿈을 치밀하게 제시하는 정치적 지도자와 리더십이 안 보여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챈틸리(버지니아주)=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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