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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 정전’ 원인 밝혀야/양형욱기자

[기자수첩] ‘반도체 정전’ 원인 밝혀야/양형욱기자
[2007.08.12 16:42]
지난 3일 호우 2시30분, 삼성전자 경기 기흥사업장. 6개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이 갑자기 정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 전자산업의 ‘심장부’가 ‘혈액’공급이 돌연 중단돼 멈춘 꼴이다. 30여년에 걸쳐 이룩한 삼성 반도체신화에 흠집을 낼 만한 위기상황이었다. 외부에서는 정전사태로 ‘삼성이 당장에 넘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예컨대 수천억원의 손실, 대외 신인도 추락, 문책 인사 등의 후폭풍도 성급히 예견했다.

이를 무색케하듯 삼성은 뛰어난 위기대처능력을 보였다. 윤종용 부회장은 사건발생 후 1시간여 만에 현장에 도착, 사태수습을 지휘했다.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도 밤새워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22시간 만인 4일 정오에 생산라인은 전면 정상화됐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기민한 대처와 정전에 대비한 유비무환식 설비투자가 빛을 발한 대목이다. 역시 삼성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태수습이 끝난 게 아니란 점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정전사고 원인을 배전반 퓨즈의 소실로 인한 일시 정전으로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퓨즈 손실로 이처럼 초유의 생산라인 중단사태가 발생하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너무 많다.

이런 이유에서 삼성전자는 정전사태 직후 사내외 전문가를 동원해 사고원인 파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워낙 초유의 사태라서일까. 당초 삼성의 생각만큼 원인규명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오리무중이다. 일단 삼성전자 측은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전으로 고장난 6개 생산라인을 22시 간만에 정상 가동을 하는 기민함 만큼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규명이 급선무다. 원인규명이 없이 사고재발은 볼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은 나머지 10개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도 유사한 정전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요컨대 조속한 원인규명만이 ‘세계 반도체 최강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회복하면서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길인 듯하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