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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전·과부하·합선…사찰화재 40% ‘전기’탓

누전·과부하·합선…사찰화재 40% ‘전기’탓

2008년 02월 14일 (목) 21:15 한겨레신문

[한겨레]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목조문화재 화재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인 전기시설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잇따른 전기누전 화재들=숭례문 화재처럼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누전과 과부하, 합선 등 전기로 인한 목조문화재 화재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광주 대원정사에서 전기합선으로 인한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됐고, 2005년에는 김제 흥복사에서 전기누전으로 불이 나 지방문화재인 목조 삼존불좌상이 소실됐다. 2006년 7월에는 한국의 전통 양반 가옥을 대표하는 강화도 온수리 99칸 기와집 바깥채에서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2년 5월 서울 강남구 봉은사 명부전에서 불이 나 목조좌불상 10여개가 불에 탔으며, 2003년 9월에는 원주 구룡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역문화재인 대웅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런 전기로 인한 사찰 화재는 전체 사찰 화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찰에서는 68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이가운데 전기로 인한 화재는 20건으로 화재 원인이 밝혀진 경우(50건)의 40%를 차지했다. 또 1997~2004년 사이 발생한 사찰 화재 가운데 전기로 인한 경우는 171건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 무분별한 전기배선 고쳐야=이처럼 사찰 등에서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많은 이유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의 특성을 무시한 채 전기설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찰에 설치된 전기선은 일반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초기 점화시 가연성이 높은 피브이시 재질로 만들어진 것들이며, 필요에 따라 임의로 배선을 연장해 사용하는 등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기사랑실천연합 임행균 사무총장은 “전통 건축물은 배선을 외부에 할 수밖에 없어 처마 밑 등에 지저분하게 배선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심지어 피브이시 전선을 절 주변 소나무에 빨래줄처럼 걸쳐놓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찰 등 문화재 건축물의 경우는 △내열성이 강한 특수 전선 사용 △전기·소방 설비에 관한 별도 규정 마련 △설계·시공업체의 자격제한 등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건축학자이자 문화재위원인 김홍식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찰 등을 돌아다닐 때마다 목조 문화재들의 전기시설 상태가 굉장히 형편없다는 점을 느낀다”며 “지난해 문화재청에 이런 실태와 함께 전기설비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아직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뢰도 1위' 믿을 수 있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