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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올 여름 날씨가 미쳤나?,,특이 현상 잇따라

올 여름 날씨가 미쳤나?
예년, 장마 → 무더위 → 집중호우 / 올해, 장마 → 집중호우 → 무더위
기후마저 '불확실성시대'… 일부에선 "아열대 변화" 우기 도입 주장

지난 14일 부산항 북항 일대를 뒤덮은 짙은 먹구름. 
올 여름 날씨 왜 이럴까. 가마솥 늦더위, 장마가 끝난 후 집중호우, 잇따른 낙뢰 등 이상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학자들도 이상스런 올 여름 날씨 때문에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일부 학자간에는 논란도 활발하다.

'홍콩특급'이 더운 공기 몰고와

폭염경보가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경남 밀양은 섭씨 35.4도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열대야와 불볕 더위의 원인은 뭘까.

부경대 변희룡(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중국 하이난성과 산둥반도 부근에 동시에 생긴 열대성 저기압이 북동에서 남서로 이어져(Tropical Plume) 홍콩 상공의 온난습윤한 공기를 한반도로 몰고 오기 때문에 한반도의 기온이 급상승해 여러 날 동안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열대성 저기압 '파북'과 '우팁'이 북위 20도에 나란히 섰었는데, 북동진하면서 소멸하던 우팁이 12일에는 산둥반도 상공에서 다시 발달하기 시작해 두 열대성 저기압이 북동-남서로 이어지면서 홍콩 부근의 뜨거운 공기(홍콩특급이라고 명명)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설명.

또 시베리아 부근(동경 140도) 상공에 고기압이 움직이지 않고 머물려 있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 점도 원인 중의 하나. 이 때문에 온난 습윤한 남지나해의 공기가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속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변 교수는 "홍콩특급과 블로킹, 북태평양고기압의 정체 등의 현상 때문에 올 여름 대기가 불안정해 낙뢰가 많이 발생했고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마냐! 우기냐! 논쟁 치열

올 여름 장마철 이후에도 비가 계속 오면서 기상청과 기상학자들 간에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대기학자들은 "우리나라 기후를 비가 많이 오는 우기와 적게 오는 건기로 구분할 때, 여름철은 우기로 구분할 수 있다"며 "최근 장마 이후 비가 더 자주 오는 현상을 감안해 장마 대신 '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장마는 봄철장마와 여름장마, 가을장마 등이 있다"며 "수십년 연구결과로 정립된 기후특성을 무시하고 아예 장마 대신 우기를 사용하자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대 안중배(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봄철 장마와 가을장마가 뚜렷한 형태였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장마 이후 남서기류를 타고 수증기가 유입돼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등 기후패턴이 변했기 때문에 기상청에서 장마종료를 선언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장마 시작을 알리는 것은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장마종료 선언은 국민들을 헷갈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

그러나 최근 기후 패턴을 두고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좀더 연구와 자료 축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상청은 이달 말 열릴 집중호우전문가 회의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이 현상 잇따라

올 여름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인 북태평양고기압 대신 적도기단이 몽골지역까지의 북상한 것. 지난 7월15일부터 적도 아래에 위치한 적도기간이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침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24일 밤에는 몽골지역까지 북상했다. 적도기단이 북상하는 시점에 아열대 제트기류가 사라졌고 이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은 제대로 발달을 하지 못해 장마 전선은 간도 이북으로는 북상하지 않았다. 변 교수는 "이는 과거에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라며 "원인은 아직 알 수 없고, 관련 논문을 한중일 국제기상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예년에는 장마→무더위→집중호우 순으로 여름날씨가 발생했으나 올해 장마→집중호우→무더위 형태로 여름 날씨 패턴이 바꿨다.

임원철기자 wclim@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7. 08.22.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