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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국내 전력기기 민수 시장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자발적 리콜’

(현장취재)‘리콜’ 제대로 보자

일본 경제의 자존심내지는 신화로 불려온 도요타가 사상 초유의 자동차 1000만대 리콜을 선언, 세계 자동차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리콜은 알다시피 회사 측이 제품의 결함을 발견해 보상해 주는 소비자보호제도다.
그러나 리콜의 원인과 대응 등에 따라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혹은 거대한 홍역을 치를 수도 있다.
도요타는 당장 지난달 한국 판매량이 33% 줄어드는 등 세계적으로 리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전력기기 민수 시장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자발적 리콜’이 등장했다. 규모나 파장면에선 도요타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의미마저 적은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으론 수배전반 업계 1위 기업인 케이디파워는 지난 1월말 변압기 용량 부족을 이유로 임시동력용 수배전반 리콜을 발표했다.
리콜 대상 변압기는 최대로 잡아야 40대를 넘지 않는다. 케이디파워의 연간 변압기 구매금액은 90억원 가량. 리콜 대상은 금액으로도 최대 10억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리콜은 단순히 규모를 떠나 리콜 원인이 변압기 용량이란 점에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변압기 용량부족은 곧 불법·불량 제품과 동일선상에 놓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변압기 업계에선 용량 빼먹기나 중고 코어나 절연유 활용 등이 시장을 좀먹는 행위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심증만 난무할 뿐 ‘물증’이 없었던 관계로 공론화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 리콜을 계기로 객관적인 데이터가 공개됨에 따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 업체들은 변압기뿐 아니라 차단기 등 전력기기 전반에 함량미달의 저급 제품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뿌리뽑으려면 무언가 ‘충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충격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실태 조사 등을 포함한다.
물론 ‘굳이 리콜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부정적 인식도 엄연히 존재한다. 케이디파워가 동종업계에서 ‘과도하게 튀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리콜을 바라보는 관점이야 제각각이지만 고무적인 것은 민수 전력기기 시장의 품질을 이대로 방치해선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불량 전력기기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 피해는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태가 시장을 좀먹는 저급 사이비 제품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불씨가 됐으면 한다.
송세준 기자 (21ssj@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