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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광역단체 도로조명 운영실태

[호수면 : 제2320호 3면]

부산시, 도로조명 운영수준 '심각'

일부 가로등 불빛 안전운전 방해
노후 기종은 에너지낭비 지적도
他지자체 대비 낮은 예산이 문제
민간자본 통한 교체사업 '대안' 부각

부산광역시의 도로조명이 심각한 수준이다.

야간 안전운전을 위해 설치한 가로등이 오히려 교통사고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제2의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도록 도로조명 수준도 근본적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키 위해 민간자본을 통한 도로조명 교체사업을 적극 검토 중이다.


부산대교 부근 고가차도에 설치된 가로등. 전등기구구조가 에너지낭비를 초래하고 안전 운전을 방해하는 전방확산형이다.

◆운영실태 부산광역시 영도구 봉래1동 대로변엔 독특한 모양의 가로등이 눈길을 끈다. 황톳빛 주철 기둥에 둥그런 유리구 2개가 달려있는 형태다. 불빛이 사방팔방 뻗어 나오는 구조다. 공원에서나 어울릴 법한 전등기구다.

밤만 되면 이 유리구에서 나온 강렬한 불빛으로 운전자들의 눈살은 절로 찌푸려진다. 이 빛을 잠시 쳐다보다 전방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눈앞은 수 초간 멍해진다. 가로등이 교통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셈이다.

이 유리구 위엔 반사갓이 따로 달려있지도 않다. 빛의 약 70% 이상이 도로가 아닌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명백한 에너지낭비다.

부산대교 부근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로등이 연달아 서있다.

특히 이 가로등은 노면 굴곡이 심하고 급커브가 많은 고가 차도에 세워져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부산시청 인근 대로변에 설치된 가로등. 기둥 가격은 일반 제품의 2배 이상인 300만~400만원에 달하는데 반해정작 중요한 등기구는 10만원 정도로 제일 값싼 축에 속하는 일명 '세종로 대형'을 썼다.

부산시청 인근 대로변엔 기둥 하나당 300만~400만원인 초호화 가로등이 세워져 있다. 일반 스테인레스 가로등 보다 2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등기구는 일명 ‘세종로 대형’을 썼다. 대당 10만원 정도로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가운데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기둥은 터무니없이 비싸고, 정작 야간운전에 필수인 등기구는 형편없이 싼 걸 쓴 것이다.

◆부족한 예산 현재 부산시내에서운영 중인 가로등은 모두 7만974기다. 인천광역시(4만552기) 보단 많고, 서울특별시(16만8991기)에 비해선 적은 규모다.

문제는 부산시의 도로조명 유지관리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연간 약 19억8600만원이다. 약 117억3800만원인 서울시 연간 예산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부산시의 16개 군,구별로는 연평균예산이 약 1억2400만원에 달한다.

가로등 1대당 유지보수 예산은 부산시가 약 2만8000원. 약 4만원인 인천광역시보다도 적으며,약 7만원인 서울시와 비교하면4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성능좋은 신제품이 잇달아 등장함에도 불구, 부산시가 가로등 유지보수시저가제품을선택할 수밖에 없었던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관내 가로등의 20% 이상은 사용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기종”이라며 “등기구와 광원에 대한 선택폭이 넓지 않고 도로조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시절에 설치한 것들이라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가로등 유지보수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대대적인 손질이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시는 광안리 일대에 설치한 야간경관조명사업에 4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상시적 사업관리엔 돈 씀씀이가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방법은 없나 부산시는 현재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거한 민간제안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민간자본을 통해 기존 노후 가로등을 고효율 등기구로 교체하는 방안이다. 교체 이후 발생한 에너지절감분을 민간자본에 제공, 부산시는 초기투자비 부담을 덜면서 절전과 안전, 환경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장수명 고효율 광원 선정이 필수다. 빛이 노면에 고르게 퍼지면서도 사물을 수월하게 인식할 수 있는 조명이어야 한다. 빛이 필요이상 두드러져 보이거나 난반사를 일으켜서도 곤란하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환경규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품목이어야 한다. 쾌적한 도시 야경을 연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중충한 빛깔의 나트륨램프는 논외다. 현존하는 고압방전등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코스모폴리스’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황빛 나는 250W급 나트륨램프를 우윳빛 감도는 140W급 코스모폴리스로 대체할 경우 50% 가까운 절전효과와 시각적 쾌적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이 사업이 성공리에 끝날 경우 부산시는 재정적 부담 없이 교통사고와 범죄를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도시미관도 몰라보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도로조명을 통한 온실가스 저감의 모범사례라는 이미지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표>도로조명 관리현황 비교

지자체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도로총연장

1,965km

2,829km

2,319km

가로등수

16만8991개

7만0974개

4만0552개

연간 유지관리비

117억3804만원

19억8613만원

16억1200만원

구(군)청별 연평균 유지비

약 4억6952만원

약 1억2413만원

약 1억6120억원

*인천시는 지난해 기준 잠정추정치임.


부산= 황인국기자 (centa19@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