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문기사

지난해 전국 피해액 614억원…까치 ‘정전사고’·멧돼지 ‘인명사고’ 심각

늘어나는 야생동물 피해 막아줄 ‘천적’ 없나
지난해 전국 피해액 614억원…까치 ‘정전사고’·멧돼지 ‘인명사고’ 심각
한겨레 최상원 기자
» 야생동물이 늘어나 주민 피해가 커지자 주민들이 퇴치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서울 도심에 나타났다가 생포된 멧돼지(왼쪽)와 2005년 강원도 춘천 소양강변의 전봇대에 몰려들어 순간정전을 일으킨 까치떼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악취 풍기기·라디오 켜두기·폐타이어 태우기 ‘백약무효’
멧돼지쫓기 ‘호랑이 소리·똥’도 실효없어 지자체들 골치

멧돼지 때문에 해마다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경남 합천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수렵이 허용되는 넉달 동안에만 멧돼지 83마리를 잡았다. 지난해 주민들에게 지급한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보상금도 3800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합천군은 지난해 8월 호랑이가 포효하는 소리를 담은 녹음테이프 400개를 만들어 각 마을에 나눠주고 밤마다 확성기를 통해 틀게 했다. 멧돼지가 호랑이 소리에 놀라 논밭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에서 기르는 소와 개 등 가축들만 놀라 난리를 칠뿐이었고 정작 멧돼지는 호랑이 소리에 금새 익숙해졌다. 시끄러워 잠을 자지 못하겠다는 주민들의 불평도 이어졌다. 결국 합천군은 호랑이 울음소리로 멧돼지를 막으려던 시도를 포기했다.

합천군은 동물원에서 호랑이 똥을 구해 멧돼지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며칠 지나 냄새가 약해지자 멧돼지는 또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호랑이 똥을 계속 공급하기도 힘들었다.

합천군은 올해 호랑이의 섬찟한 눈빛을 이용해 멧돼지를 내쫓으려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 섬광이 어둠 속에서 호랑이 눈빛처럼 빛나면 멧돼지가 겁을 먹고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개를 시범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100개를 설치하고, 수시로 설치장소를 바꿔 멧돼지가 익숙해지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그러나 호랑이 눈빛이 멧돼지를 내쫓으리라 기대하는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 2007 야생동물별 피해 현황
전국이 갑자기 불어난 야생동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액은 614억원에 이른다. 피해를 끼치는 동물은 멧돼지보다 전봇대에 집을 지어 합선과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까치가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시설은 전력시설이 액수 기준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