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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라

[커버스토리]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라

2008 02/26 뉴스메이커 763호

낙산사 화재 후 80억 요구, 달랑 1억 반영
지금 예산으론 30~40년 걸려야 구축 가능


/서성일 기자

일본 와카야마현 나카군 후모산에 있는 고카와테라 절(粉河寺). 중요문화재인 본당은 지은 지 1000년이 넘었다. 이곳에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약 28개월이 소요됐으며, 원화로 환산해 162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2005년 4월 5일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이 해 정기국회에 사찰문화재 방재 관련 예산으로 80억 원을 요구했다. 현황조사 예산으로 10억 원,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70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문화관광위에서는 예산 편성이 모두 유보된 채 현황조사 예산으로 겨우 1억 원이 반영됐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탄 후 열린 2월 11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의원들은 문화재청, 소방방재청과 관할구청인 서울 중구청의 책임을 캐물었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관광위에서 해당 부서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보면서 예산을 편성하는 국회의원들은 잘못한 것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5년 4월 낙산사가 불탄 후 정치권에서 문화재 방재를 위해 100억 원을 편성하겠다느니 하면서 떠들었지만 몇 개월이 지난 후 흐지부지되면서 겨우 1억 원만 편성해줬다”고 말했다.

일본선 사찰 한곳에 162억 투입
2005년 4월 5일 산불이 번져 낙산사 범종각을 덮치고 있다.
방재시스템 전문회사인 건국ENI의 박정렬 대표이사(소방기술사)는 “숭례문 화재의 문제점과 대책을 보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낙산사 이후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보면 된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호들갑이 앞으로 1년을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방재 현장에서는 낙산사 화재 이후 하나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방재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목조 문화재는 한 번 불나고 나면 끝인데, 불나고 난 뒤 복구비로 많은 돈을 쓸 것이 아니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문광위 윤원호 의원(통합민주당)은 “국회에도 물론 책임이 있다”며 “문화재 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깎이는 것이 늘 안타까웠는데, 숭례문 화재는 그런 교훈을 얻기에는 너무나 값비싼 희생이었다”고 토로했다. 문화재청 안전과 홍두식 사무관은 “이번 화재를 교훈삼아 문화재 방재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소요될 추정 비용은 200억 원이다. 박 대표는 “말로는 200억 원이지만 실제 문화재 전문인력 투여까지 감안하면 400억 원이 넘을 것이며 간접 효과를 감안하면 1000억 원의 손실이 있었다”면서 “낙산사 화재 이후 이만한 비용을 지불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목조 문화재 방재를 위해 우선적으로 124곳의 위험지역을 선정했다. 그리고 매년 국회에 예산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07년 예산에는 15억 원(국비 7억 5000만 원), 올해 예산에는 17억 원(국비 8억 5000만 원)이 반영됐다. 이 역시 문화재청에서 처음 요구한 금액에서 대폭 삭감된 것이다. 올해 국가 전체 예산은 256조 원이다. 이중 문화재청 예산은 4000억 원 정도로 0.2%도 되지 않는다.

15억 원의 예산으로, 상징적인 곳인 해인사·봉정사·무위사·낙산사 네 곳에서 겨우 방재시스템 공사가 첫삽을 떴다.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판전이 있다. 봉정사와 무위사에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국보 문화재가 있으며, 낙산사는 화재로 불타버렸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오른쪽 사진) 일본의 사찰에 설치된 불꽃 감지기.

문화재청에서는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을 방재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1월 연구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를 만든 건국ENI에 따르면 124곳의 목재 문화재에 방재시스템을 마련하려면 약 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처럼 매년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면 30∼40년이 걸리는 셈이다. 박 대표는 “적어도 1년에 1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야 3년 안에 목조 문화재에 방재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수경 스님은 “중요 목조 문화재가 많은 사찰에서 소방 시스템을 갖추려면 정부 예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낙산사 화재 이후 조계종과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요청했을 때 왜 삭감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무조건 예산을 깎는다고 해서 절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다른 것은 아끼더라도 문화재 보호에 대한 실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심에 위치 위험순위론 48번째
건국ENI가 목조 문화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숭례문은 위험지수 Ⅳ군에 속했다. 위험지수 Ⅰ군에 속하는 해인사와 송광사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숭례문은 전체 124곳 중 위험순위에서 48위를 차지했다. 숭례문보다 더 위험한 곳이 47곳이나 있다는 이야기다. 47곳은 불이 나면 숭례문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박 대표는 “숭례문의 문화재 관리 상태는 일반 문화재와 비슷했다”며 “다만 일반 목재 문화재가 대부분 산 속에 있는 것과는 달리 도심에 있어 소방서에서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보지만 위험지수 Ⅳ군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국ENI는 2006년 8월 22일 국보1호인 숭례문의 방재시스템 현황을 흥인지문과 함께 조사했다. 여기에는 숭례문의 방재 현황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소화기가 8개, 상수도가 1개다. 하지만 소화전과 소화펌프, 화재경보설비가 돼 있지 않다. 전기관리, 방염처리와 CCTV는 설치돼 있다. 소방차가 경내 진입 가능하며 안전선은 10m 확보돼 있다. 그러나 유지 관리에서 시설·도면·성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다.

당시 조사를 통해 전국 124곳 목조 문화재에 대한 개별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소방방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 지적 사항까지 적어놓았기 때문에 화재 이후 민감한 상황에서 숭례문에 대한 개별 보고서를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124곳에 4억씩 500억 필요
전체 보고서에 나타난 숭례문 방재시스템의 적용을 보면 대강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산속에 있지 않기 때문에 숭례문에는 산불용 방수총과 수막설비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가압송수장치·소화전 및 방수총·스프링클러 설비·화재경보 설비·누전 경보기 및 차단기·피뢰 및 접지 설비를 설치해야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소화기는 일부 충전하거나 정비해야 했으며, 신규로 가압송수장치, 주배관, 소화전, 화재 경보 설비를 설치해야 했다. 보고서 31쪽에는 유형별 주요 문제점을 지적하며 성곽건축에서 문제점을 세 가지 적어놓았다. 세 가지 중 하나가 ‘순찰 인력 및 감시확인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음’이다. 이 지적을 눈여겨 보았다면 방화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문화재 화재사고 책임소재도 논란
한 곳당 4억 원 정도의 방재시스템 구축 비용이 든다는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른다면, 낙산사 화재 이후 숭례문에 4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면 초기 진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보 1호인 숭례문은 도심에 위치한 탓에 우선 순위로는 48번째에 해당했다. 47곳의 목조 문화재에 방재시스템을 구축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예산 지원대로라면 10년이나 지난 후에 방재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다. 낙산사 화재 이후 3년도 되지 않아 숭례문은 결국 화재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2005년부터 화재 방재 전문가와 소방방재청 전문가, 조계종 문화부 관계자가 모두 참여해 작성한 이 연구보고서에는 모든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다만 그대로 실행하지 않은 것이 숭례문 화재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목재 문화재별 특성에 따른 방재시스템 적용 기준이 필요하다’ ‘현장 및 화재 특성을 정확히 분석하여 최악의 조건으로 가상 화재 시뮬레이션을 실시한다’ ‘처마 밑 천장 등 문화재 건축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한 화재 제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내부 화재 대체 방안용 소화용구와 장비가 필요하다’ ‘방화 예방대책을 위하여 관련기관인 문화재청·소방방재청·산림청의 통합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모두 제시돼 있다.

또 방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 있다. 68쪽에는 ‘미국과 일본의 화재 사례를 보면 방화에 의한 의도적인 화재가 가장 많다. 이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정적인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불만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방화는 건물 외부에서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건물 외곽의 처마 및 마루 밑을 중심으로 첨단 화재감지 및 경보설비, 자체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소화 설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상황을 미리 감안하고 대처했다면 숭례문 화재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일본의 사찰에 설치된 수막 설비. 지붕살수설비 살수 장면(위), 상향 방수식 수막 설비 살수 장면(아래).
조계종에서 2006년 자체적으로 제작한 ‘주요 사찰 방재대책 현황 조사 보고서’에서도 모든 문제점이 그대로 적시돼 있다. 국가지정 목조 건축물 2동 이상 소재 사찰 32곳을 조사한 조계종은 개선해야 할 사항을 조목조목 적어놓았다. 여기에는 인명구조와 재산보호를 위해 제정된 ‘소방시설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있다. 숭례문 화재처럼 문화재 자체를 보호해야 할 법률로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법률대로라면 옥외 소화전 설비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지정문화재로서 연면적 1000㎡ 이상인 것’에 의무적으로 옥외 소화전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어떤 목조 문화재도 해당 사항인 연면적 1000㎡을 초과할 만큼 넓지 않다. 그래서 옥외 소화전 설비는 관리자가 필요하면 알아서 설치하면 된다. 숭례문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재청의 용역 조사 보고서에서도 ‘방재시스템은 소방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라 소유자가 필요에 따라 설치한 것이다’라고 나타나 있다. 조계종 문화부장 수경 스님은 “법적으로 문화재 보호 차원의 소방 개념을 도입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2년 전 ‘방재 매뉴얼’ 보고서
조계종의 보고서는 이번 숭례문 화재 사태가 남긴 중요한 교훈 하나를 이미 2년 전에 화두로 던져 놓았다. 보고서 249쪽에는 ‘방재 대비 매뉴얼 및 행동지침 마련’이라는 제목 아래 ‘문화재 소방 개념에 따른 방재 대비 매뉴얼 작성’ ‘방재 대비 매뉴얼에 따른 단계적인 시스템 구축 실시’ ‘일상점검 지침 및 상황 발생시 행동지침 마련’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 한 예가 있다. 2005년 4월 28일 충북 영동 영국사 화재에서 지휘체계의 혼선과 간섭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숭례문 화재는 서울 중구청과 문화재청, 소방방재청의 책임 소재로 논란을 더해가고 있다. 산속 사찰이라면 충북 영동의 영국사 인근 화재처럼 산림청까지 책임 소재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다. 이런 이유로 조계종의 보고서에서는 행동지침에 따른 역할 분담과 지휘체계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불교문화재연구소 박상준 학예연구실장은 “숭례문 화재 이후 책임 소재를 묻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면서 “어떤 화재 상황이든 책임자가 분명히 명시돼 있었다면, 해당 기관에서 알아서 책임지고 불을 꺼야 하며 그 기관장이 마땅히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는 어떤 교훈을 남겼나

숭례문 화재는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한 만큼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문화재청의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 연구보고서’에서는 대부분 목조 건축물 화재는 30분 이내에 전소한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명지대 건축학과 김홍식 교수(문화재 위원)는 “이번 화재에서 소방방재청이나 문화재청이 비교적 빨리 대응했지만 실패했다”며 “숭례문 화재는 너무나 안타깝지만 방재시스템 연구를 계속 해야 한다는 경험을 우리에게 남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방화의 경우는 막을 도리가 없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김정근 기자

이번 화재에 대해 문화재 전문가들은 많은 교훈을 제시했다. 1984년 쌍봉사 대웅전 화재와 이번 숭례문 화재를 직접 목격한 김동현 문화재위원(건축문화분과)은 “중요한 목조 문화재는 무조건 사람이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 사태로 절실히 느꼈다”며 “목조 건축은 무조건 예방이 중요하므로 관리자가 24시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또 초기에 발견했으나 소화시설이 없어 다 타버린 쌍봉사 화재를 예로 들면서 “소방시설을 주변에 설치해 초기 진화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조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스프링 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동현 위원은 “중요 국보급 문화재에 보기 싫더라도 스프링 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특수 방화시설을 개발해 불이 붙으면 자동적으로 화학약품을 터뜨리도록 하는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을 뿌리면 산소를 공급해 오히려 불꽃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이 합동으로 이런 모델을 만들어 실험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식 교수 역시 “스프링 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스프링 클러의 경우 오작동때 터져 문화재를 망칠 수 있는 데다 실제로 작동되는지 자주 연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의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 불교문화재연구소 박상준 학예연구실장은 “목조 문화재의 경우 일반 연기 감지기보다 화재를 빨리 감지할 수 있는 불꽃 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며 외부로부터 화재를 막기 위해 수막 설비, 안전선 확보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위원은 화재 예방과 방재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목조 건축 문화재의 경우 사찰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들 사찰 담당자들을 교육시켜 매년 한 번씩 방재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 방재 전문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문화재 방재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문화재청의 용역 조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김엽래 교수는 “방재학과에서도 사실 문화재를 따로 이야기하지 않고 화재 방재에 대해서는 전체 건물의 개념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단 문화재에 방화 관리자를 두지 않고 있으니만큼 법적으로 반드시 방화 관리자를 두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서조차 방재 전문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 신설한 문화재 안전과의 직원 9명 중 3명이 전국의 문화재 방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중 소방방재전문가는 없다. 김 교수는 “방재학과에서 문화재 방재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졸업생이 문화재 방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안전과 홍두식 사무관은 “소방방재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위원은 소방 매뉴얼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목조 건축 구조에 따라 어느 부위를 뜯어내야 하는지 상세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축 전문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교수(문화재 위원)는 “우선 조직, 훈련, 매뉴얼, 예산, 사후대책 등을 모두 포함해 체계적으로 계획한 후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통해 방재방법을 체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상황별·문화재별로 실질적인 매뉴얼이 완성되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에 대해 건국ENI의 박정렬 대표는 “불이 나면 무조건 소방방재청이 재량권을 갖고 총지휘해야 한다”면서 “사후 문화재 파손 여부 때문에 몸을 사린다면 결국 숭례문 화재와 같은 경우를 다시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불을 끄는 데 살살 끄는 것과 세게 끄는 것은 없다”며 “문화재청이나 산림청은 자문을 해줄 뿐 화재는 소방방재청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방재청 소방제도팀의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서 TF팀을 구성해 이미 시스템 개혁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지금 대외적으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