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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돌풍… 휴가 ‘엉망진창’

벼락·돌풍… 휴가 ‘엉망진창’
[문화일보 2007-07-30 15:03:52]

7월 마지막 주말 표정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으로 휴가철 피서객이 집중된 7월 마지막 주말에 전국적으로 국지성 호우와 벼락, 돌풍이 몰아치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북한산 등에서는 갑작스러운 벼락으로 등산객 5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당했으며 전국 피서지와 행락지도 낙뢰와 돌풍 등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인해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 벼락으로 등반객 사망 = 29일 오전 11시55분쯤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북한산 해발 581m 용혈봉 인근에서 등산 중이던 안모(47)씨 등 등산객 4명이 낙뢰로 인해 숨지고, 김모(46)씨 등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숨진 4명은 ‘산비둘기 산우회’ 회원들로 지난 2001년 K2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 중 숨진 고(故) 박영도 대원과 같은 해 푸모리 등반 중 숨진 고(故) 김지연씨 등 산악사고를 당한 동료 회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북한산성 종주 산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산우회 신모(36) 등반대장은 “우이동쪽에서 산을 올라 용혈봉과 의상봉을 지나 대소문쪽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산행을 중단하고 용혈봉에서 구파발 쪽으로 내려가려던 중 사고를 당했다”며 “벼락이 떨어지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찌릿한 느낌이 들더니 사람들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직업을 ‘전기기사’로 소개한 신씨는 “벼락이 떨어진 뒤 빗물을 타고 젖은 운동화를 통해 전기가 흘러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숨진 안씨는 벼락이 내려칠 때의 충격으로 10여m 아래로 추락해 숨졌으며, 일렬로 산행을 하던 산악회원들 가운데 선두에 섰던 4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경찰 관계자는 “일부 등산객들은 빗물 탓에 전기가 등산로 계단에 설치된 철제 난간이나 금속성 산악용 지팡이 등을 통해 흐르는 바람에 감전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소방당국은 헬기 4대를 동원, 사상자를 서울 상계백병원과 의정부 의료원 등으로 긴급 후송했다.

의정부시 용현동 수락산 8분 능선 부근 등산로에도 비슷한 시각 벼락이 떨어져 등산객 임모(여·48)씨가 산을 내려오던 중 벼락을 맞아 숨지고 오모(64)씨 등 2명이 다쳤다.

또 이날 오전 11시44분쯤에는 서울 도봉산 보문능선 등산로에서는 등산객 지모(여·49)씨가 낙뢰를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 기상이변에 전국 피서지 혼란 = 29일 오후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에 따른 돌풍과 낙뢰로 전국의 해수욕장과 계곡 등에서 휴일피서를 즐기던 피서객들도 큰 혼란을 겪었다. 부산지역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장마구름이 낮게 내려오며 집중호우와 낙뢰가 몰아치면서 해운대 해수욕장에 운집해있던 피서객 80여만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 소동으로 수십명의 미아가 발생하고 일대 교통이 2~3시간 이상 마비상태를 빚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순간초속 18.5m의 강풍이 불면서, 울산 북구 진장동 야외물놀이 시설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던 정모(46)씨 등 19명의 이용객들이 의자와 천막 등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으로 매점과 탈의실 등으로 사용되던 간이천막 10여동과 파라솔 등이 날려 발생했으며, 주차차량 10여대도 파손됐다.

또 같은 시각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 계곡 일대에는 낙뢰로 인한 정전사고가 발생, 이 일대 전기공급이 40분간 끊겼으며 영동군 영동읍의 한 전신주도 낙뢰로 고장을 일으켜 피서객들이 대피하느라 혼란을 겪었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 진밭골에서는 돌풍에 직경 30㎝, 높이 5m의 가로수가 넘어져 부근을 지나던 이모(63)씨 등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오후 2시5분쯤 경북 울진군 울진읍 대흥리 불영계곡에서는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져 서모(33)씨 등 피서객 9명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3시간여만에 구조됐다.

장석범·민병기기자 bu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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